미국생활에서 필요한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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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1월31일 (CNN : 미국의 의료비 지출은 다른 고소득 국가들에 비해 가장 높지만, 기대수명은 가장 낮다.)

미국의 의료비 지출은 다른 고소득 국가들에 비해 가장 높지만, 기대수명은 가장 낮고 만성질환 유병률은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독립 연구기관인 커먼웰스 펀드(The Commonwealth Fund)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피할 수 있거나 치료 가능한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 산모 및 영아 사망률 등에서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보고서의 제1저자인 무니라 군자(Munira Gunja) 선임연구원은 "미국인들이 더 짧고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사는 이유는 의료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따라잡기 위해서는 의료 접근성을 확대하고 비용을 적극적으로 통제하며, 건강 형평성과 더 건강한 국민을 만드는 데 기여할 사회 서비스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인들은 다른 나라 국민들에 비해 의사를 덜 찾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미국의 의사 수가 평균 이하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또한 미국은 조사 대상국 중 유일하게 보편적 의료보장제도를 갖추지 않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2021년에만 해도 미국 인구의 8.6%가 무보험 상태였습니다.

커먼웰스 펀드의 연구진들은 "미국은 의료보장이 전 국민에게 적용되지 않을 뿐더러, 의료 시스템 자체가 사람들의 의료 이용을 막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처럼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의료보험 미가입의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보험료) 부담 능력 문제이며, 높은 본인 부담금 탓에 현역 세대 성인 10명 중 거의 절반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구진은 12월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 38개 고소득 국가의 보건의료 통계를 수집해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일본,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한국, 스웨덴, 스위스, 영국 등 12개국 및 OECD 평균치와 미국의 성적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2021년 한 해에만 미국의 1인당 국민의료비는 OECD 평균의 거의 2배에 달했고, 한국, 뉴질랜드, 일본의 3~4배에 이르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의료비 지출은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는데, 이는 주로 의료기술의 발전, 의료비용 상승, 의료서비스 수요 증대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한 미국은 다수의 만성질환을 보유한 인구 비율과 비만 유병률이 비교 대상국 중 가장 높았습니다. 2020년 기준 미국의 출생 시 기대수명은 77세로 OECD 평균보다 3년 짧았고, 2021년 들어서는 더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미국의 코로나 사망자 수는 다른 어느 선진국보다 많았습니다.

폭행으로 인한 사망률도 미국이 단연 높았는데, 총기 폭력을 포함한 물리적 폭행에 의한 사망률(인구 10만 명당)은 2020년 기준 7.4명으로 OECD 평균(2.7명)을 크게 웃돌았고, 대부분의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최소 7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미국은 암 예방과 조기 진단 측면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보였습니다. 스웨덴과 함께 50~69세 여성의 유방암 검진율이 가장 높았고, 대장암 검진율도 OECD 평균을 웃돌았습니다. 미국의 암 사망률은 1991년 이후 33% 감소했다는 별도의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커먼웰스 펀드 국제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레지날드 윌리엄스 2세는 "이번 보고서는 국가 간 비교의 중요성을 재확인해준다"면서 "미국으로서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배워 모든 이에게 적정 가격에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는 보다 나은 의료 시스템을 만들 기회"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공중보건협회(APHA)의 조르주 벤저민 사무총장은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의료비를 더 많이 쓰면서 최악의 건강 결과를 얻고 있다는 점, 즉 의료비 대비 효용이 낮다는 사실이 또다시 확인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가 만병통치약이 되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교훈"이라며 "오히려 우리 의료 시스템의 구멍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미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의료 보장성 확대 ▶일차의료 예방 강화 및 공중보건 시스템 혁신 ▶사회적 투자 확대 등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모든 국민에게 의료보장을 제공하고 질병 예방에 초점을 맞추며,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사회 서비스에 투자함으로써 '병 고치는 데' 쏟아붓는 의료비 지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의료비 급증은 보건 의료계의 오랜 고민거리였습니다. 민간 의료 보험 중심의 분절적 의료 시스템, 영리 추구 성향이 강한 제약·의료기기 산업, 과도한 행정비용 등 구조적 요인이 만성적 의료비 상승을 부추겨온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수요자인 환자가 의료 이용에 따른 비용 부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왜곡된 의료보험 체계는 과잉 진료와 방만한 의료 소비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반면 저소득층의 의료 사각지대와 건강 격차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의 의료비 지출이 국민의 건강 증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 의료 시스템의 비효율성이 도마 위에 오르곤 합니다. 의료 보장성 확대와 함께 일차 의료 강화, 예방 서비스 확충 등을 통해 불필요한 의료 수요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의료비 통제와 합리적 가격 규제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요자와 공급자 양측으로 비용 절감 유인을 제공하고 근거 기반 의학에 따른 진료가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사회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 보장성을 높이고, 의료 불평등 해소와 건강 형평성 제고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의 경제적 능력과 무관하게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는 보편적 의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해 보입니다.

의료비 급증은 미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의료비 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 속도가 빨라 의료비 급증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미국의 사례는 민간 의료보험 중심의 시장주의 의료 모델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한정된 의료 자원을 절약하면서도 국민 모두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계,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무엇보다 '돈 버는 사업'으로 보는 의료관에서 '공공재'로서의 의료관으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영리를 추구하기보다는 인간 존엄성 실현에 이바지하는 것이 의료의 근본 정신이라는 점을 의료인들이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이윤보다는 의료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우선하는 윤리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의료비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만 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의료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국민의 권리를 재확인하고, 연대와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요구됩니다. 생명을 살리고 고통을 덜어주는 고귀한 의술이 오로지 치부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경계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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